KT&G 경영에 반기든 이상현 "우린 운동가가 아니다…행동주의펀드는 주주이익 우선"

입력 2023-05-12 15:43   수정 2023-05-15 09:56


'SM 저격수'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지난 3월 개인 법인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 주식 1만 주를 매도했다. 이 시기 얼라인은 SM엔터 주식 전량(22만 주)을 대차 거래로도 빌려줬다.

지난해 12월 장기 투자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내걸고 자이글 지분을 사들인 KIB프라이빗에쿼티(KIB PE)도 올 3월부터 자이글 주식을 팔고 있다. 자이글 주가가 배터리사업 진출 속에 급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도덕성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이 지배구조 개선, 대주주 견제 등을 기치를 내걸었던 탓이다. 좋은 가치를 앞세우곤 뒤로는 수익만 추구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는 이 같은 비판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수익성보다 도덕성이 앞서야 하나"고 되묻는다. 보유 중인 주식을 팔거나 대차거래로 빌려주는 것 또한 수익 추구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용인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올해 초 이 대표는 KT&G에 경영 개선을 주문하는 등 주주제안을 이끌었다.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되며 무위로 끝났지만, 제안 과정에서 의결권 자문사 ISS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평가다.

추가적인 KT&G 경영 개선 요구도 예고 중이다. 11일 열린 KT&G 기업설명회(IR)도 이 대표의 공개 요구 속에 전체 녹음본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1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 사옥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선하고 따듯한 펀드는 없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도덕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한테 도덕성을 기대하는 이유를 되물어보고 싶다. 고객들이 수익을 기대하고 큰돈을 맡겨 모인 게 '펀드'다. 돈을 어떻게 벌까 궁리하는 과정 속에서, 싼 주식들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올리자고 목소리까지 내는 게 '행동주의 펀드' 아니겠나.

어느샌가부터 행동주의를 따뜻하게 보는 시각들이 있다. 부담스럽다. 만일 행동주의가 사회적인 큰 뜻을 갖고 보람을 위해 일한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위선이다. 우리는 사회 운동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행동주의가 추구하는 목표가 사회적 가치와 부합해 좋은 시선들이 있어왔으나, 펀드의 주된 목적은 수입의 발생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기업사냥꾼으로 손가락질 받아온 칼 아이칸이나 엘리엇과 다를 게 없다.

▷가치 있는 주식이라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그 주식을 파는 것은 위선 아닌가.

"투자한 주식을 장기 투자해야 한다는 말인데, 장기 투자의 정의도 불분명하다. 몇 달, 몇 년부터 장기투자인가. 펀드는 눈앞에 수익이 발생할 것 같으면 그 수익을 최선을 다해서 쫓아야 한다. 도덕성을 위해서 그 수익을 포기한다면, 사실상 배임이다.

스스로도 행동주의 펀드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하고 싶지 않다. 그저 한국에 너무나도 많은 '저렴한 주식'을 통해 어떻게 하면 큰 수익을 얻을까 생각할 뿐이다. FCP가 보유 중인 KT&G 지분도 판 적도, 대차거래로 내준 적도 없지만, 안 될 것도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결국 시장 논리와 수익이라는 중력을 따라가면 된다고 본다. 어느샌가 선과 악으로 행동주의 펀드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선하고 따듯한 행동주의 펀드란 없는 말과 같다."
"KT&G, 코리아디스카운트 대표 회사"
▷KT&G를 향한 사외이사 선임, 배당 확대 등 안건이 모두 가로막혔다. 어떻게 자평하나.

"FCP는 KT&G의 주주다. 주주면 주주로서 해야 할 많은 일이 있다. 단기적으로 주식을 사고팔기만 한다면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 주주인 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건전한 방향으로 경영 개선책을 내놓을 의무가 있다.

이번 FCP 주주제안에 대해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100% 찬성하는 위임 의견서를 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KT&G가 상당히 보수적인 집단인 만큼, 경영 개선에 대한 요구 노력을 이어가려 한다."

▷동시에 다른 주주제안을 제출한 안다자산운용과 힘을 합치지 못한 점도 패인으로 꼽혔는데.

"따로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다. 상법상 주주총회에 안건이 상정되면 합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내용이 FCP 것과 거의 유사해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진 않았다.

표 대결 최종 성적표를 보면, 둘이 합쳐도 승부가 나지 않는 수준이기는 했다. 대세에 지장은 없었다."

▷KT&G에 대한 지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어떤 점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보나.

"데이터 공개가 대표적이다. KT&G는 궐련형 담배(전자담배) 및 HNB의 수출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는다. 회사가 사업을 해 얼마를 버는 지 모르는 셈이다. 이 사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대표격 회사가 되었다.

이유는 뻔하다. 수출 담배 실적이 좋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KT&G는 아직까지 "시장이 안정되지 않아 변동성이 매우 심하고, 자료의 신빙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방어하기 위한 경영진의 법무법인 컨설팅 비용도 모른다. 작년 FCP가 10월 26일에 주주제안을 발표한 뒤 KT&G가 두 달간 쓴 컨설팅 비용이 26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그 액수조차 모른다. 배임 소지가 있다고 본다."

(※KT&G 측은 이 대표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전해왔다. KT&G는 "전자담배 사업은 현재 사업 초기 단계로, 신규 설비 및 마케팅 비용 등이 선제적으로 투자되고 있기에 공개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당사는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사업 부문의 수익성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컨설팅 비용에 대해서도 "260억원 규모의 경영권 방어 목적 법무 컨설팅 비용을 사용했다는 것과 배임 소지 언급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KT&G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수수료(컨설팅 항목 포함) 상승은 부동산 사업 관련 수수료, 22년 9월부터 시작된 'KT&G 중장기 성장전략' 수립 등이 주요 원인이다.

올해 1분기 수수료도 지난해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11일 열린 기업설명회(IR)을 전체 주주에 공개하라고 했다.

"그동안 KT&G IR 행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가로 제한돼 있었다. IR 내용도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요구 끝에 KT&G 역사상 처음으로 IR 녹음본이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IR 질의응답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총 질의응답 시간이 40분이다. 그런데 통역가는 한 명이다. 사람이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가며 말한다. 질문과 답을 한 번 주고받는데 5분 이상이 걸린다."

▷KT&G 외에 다른 투자도 예정하고 있는가.

"해봐야 알 것 같다. 열심히 하려고는 하고 있다.(웃음)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는
이 대표는 서울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싱가포르투자청(GIC), 맥킨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칼라일그룹을 거쳤다. 2011년 칼라일 한국대표로 부임해 2014년 ADT캡스를 2조650억원에 인수하고 2018년 SK텔레콤에 2조9700억원에 매각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후 칼라일을 떠나 FCP를 설립하고 KT&G에 주주제안을 하며 국내 시장에 복귀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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